공지 경기아트센터 <예술과 만남> / '별난독서문화마을' 곽혜경 대표와의 인터뷰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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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www.ggac.or.kr/ggac/M0000220/board/list.do?pageIndex=1&category=

경기아트센터 <예술과만남> 2026년 02+03 Vol.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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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자연속

그림 같은 문화예술의 마을

‘별난독서문화마을’ 팍혜경 대표와의 인터뷰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파주법원음 금곡리,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금곡초등학교 자리에 2021년 새롭게 문을 연 '별난독서문화체험장', 그리고 그곳에서 탄생한 '별난독서문화마을'이 그 주역이다.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재즈 공연, 어르신들의 합창 무대, 아이들의 그림책 낭독회까지. 책과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세대와 경계를 넘은 문화예술 공동체가 다시 꽃피고 있다. "문화예술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곽혜경 대표의 신념이 만들어낸 이 특별한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편집실 | 사진. 김경수(싸우나스튜디오)


Q. 반갑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곽혜경 대표입니다. 저는 작곡을 전공했어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실용음악과에서 재즈화성학과 편곡법을 강의하면서 재즈에 관심을 가졌습니디. 2005년 '뮤직오션'이라는 작은 회사를 설립해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실용음악 입시 가이드북이나 재즈 피아노 교수법 같은 교육 교재를 만들었어요. 실용음악 교수님들과 교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 기획 일도 맡게 되었고, 사업 영역이 음악 교육과 공연 기획으로 커졌죠. 2021년에 법인으로 전환했고, 같은 해에 '별난독서문화체험장 위탁 운영 공모'에 선정되어 이곳을 운영하게 됐어요.


Q. '별난독서문화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2015년 폐교한 금곡초등학교 부지를 '경기도 공공캠핑장 조성 공모 사업'으로 캠핑장으로 조성해 2017년 '별난독서캠핑장'으로 개장했어요. 하지만 초기 운영 업체는 주민들과 갈등 끝에 3년 계약을 마치고 떠났죠. 연기와 냄새, 소음 등으로 마을 주민들은 아무런 이득 없이 불편함만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1년 4개월 동안 문이 닫혀 있었어요. 그 후 파주시에서 캠핑장을 중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할 업체를 찾고자 공모를 냈고, 저희가 선정된 거예요.

저는 이 공간의 매력에 이끌렸어요. 리모델링이 예쁘게 되어 있었고,무엇보다 잔디밭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책을 읽고, 인문프로그램과 예술 공연을 결합하고, 아이들이 핸드폰을 멀리하고 자연 속에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 체험장을 거점으로 저희가 가진 예술 인프라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융합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별난독서문화마을'이라는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독서캠핑장'이 '독서문화체험장'이 되었어요. 공간에 '문화예술'을 더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캠핑객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예술 프로그램과 콘서트를 즐기는 공간을 만들게 됐죠. 캠핑 당일 오후 2시에는 그림책 읽기, 전래놀이 등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4시쯤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연극, 국악, 클래식 공연을 열어요. 물론 캠핑 신청자들에게는 모두 무료입니다.  또, 지역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어요. 천연염색, 도자기, 나전칠기, 커피 바리스타 같은 교육 프로그램과 합창단, 그림 그리기 같은 동아리 운영도 활발히 진행하게 되었지요.


Q. 뮤직오션컴퍼니의 기업 노하우는 별난독서문화마을 운영에 어떻게 녹아 있나요?

제 운영 철학은 "문화예술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족과 함께 경험하게 하자"는 거예요. 공연장에 가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비용도 많이 들고, 일상적으로 접하기 어렵잖아요. 특히 어린시절의 문화예술 경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삶을 향기롭고 풍요롭게 하는데, 그 경험을 편안하게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단순히 공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도서관 프로그램답게 책과 연계하거나 인문학적 접근을 해요. 작곡가 이야기나 음악적 스토리를 풀어내면서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죠.

또 한편으로는 젊은 예술인들의 발판이 되어주는 일이에요.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던 전공자들에게 단순히 연습실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과정을 함께 고민하면서 가이드를 줘요. 일종의 인큐베이팅 과정인 셈이죠. 파주시 내 작은 도서관 곳곳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매칭도 해주고 있지요.


Q. 이곳의 자연환경은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어떤 강점이 있나요?

아이들이 핸드폰을 멀리하고 자연 친화적으로 문화 체험을 할수 있는 곳이죠. 봄과 가을에는 잔디밭에서 공연을 즐기고, 겨울이나 날씨가 안 좋을 때는 2층 실내에서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요. 자연환경뿐 아니라, 이곳이 폐교라는 점도 특별해요. 〈별난학예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어르신들이 교복을 입고 음악·미술·체육 시간을 즐기는 거였어요. 이렇게 공간의 역사와 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계속 시도할 수 있지요.

원래 이곳은 인구 감소가 심각한 곳이었는데, 외부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고, 지역 주민들이 이곳을 늘 이용하면서 '우리 동네에 이런 자랑할 만한 곳이 있다'라는 자긍심을 주는 곳이 되었어요.


Q.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실까요?

먼저 캠핑객으로 오신 부모님들의 후기가 정말 좋아요. 여느 공연장 공연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요.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가족과 함께 경험하니까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한 어르신이에요. 이곳에서 공공근로를 하시다 〈어르신 인생노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신 80대분이셨어요. 맞춤법도 맞지 않고 투박한 글씨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셨어요. 책이 나오고 '작가님'이라고 불러 드리며 차를내드렸는데, 그분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다음 해에도 참여하길 정말 바라셨는데, 며칠 뒤 돌아가셨죠. 지인이셨던 마을 이장님이 그분의 글을 읽으며 펑펑 우시던 모습이 정말 잊히지 않아요.


Q. 방치된 시설을 다시 사랑받는 공간으로 만들기까지,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저를 맞이해 준 건 무릎까지 올라온 잡초였어요. 예산에 보조 인력비가 없어서 제가 직접 예초기를 들고 다니며 잔디를 깎았죠. 오며가며 지켜보시던 마을 어르신들은 못미더웠는지 이깃저깃 지적을 많이 하셨죠. 무엇보다 주민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했는데, 그 첫 열쇠는 합창단이었어요. 어르신들을 모아서 합창단을 만들고 무대에도 올렸어요. 지역문화진흥원 지원사업을 통해 드레스를 빌려오고, 화장품 가방을 들고 와서 무대에 오르기 전 속눈썹도 붙여드리고 드라이어로머리도 매만져드리면서 무대 준비를 제대로 도와드렸죠. 거의 평생을 논밭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곱게 차려입고 가족 앞에서 무대에 오르는 일은 특별했어요. 밤새 사진을 찍고 감격스러워 하셨죠.

그 후 어르신들이 저를 자연스럽게 '선생님'으로 부르기 시작하셨고, 채소, 들기름, 김치 등을 챙겨 주시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감사하게도 "별난(독서문화마을)에서 하는 일은 우리가 다 도와주자"는분위기예요.


Q. '별난독서문화마을'만의 가장 큰 차별화된 매력은?

가장 큰 차별 포인트는 세 가지예요.

첫째, 편안한 분위기에서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경험. 공연장에 가려면 특별한 격식을 차려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여기서는 캠핑하러 온 가족이 편안하게 전문 예술인의 공연을 즐길 수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죠.

둘째,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 프로그램부터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가족 프로그램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어요.

셋째, 독서와 예술의 결합. 단순히 공연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책과 연계하거나 인문학적 접근을 해요. 작곡가 이야기, 음악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풀어내죠.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도 궁금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폐교 활용 사례로 벤치마킹하러 많이들 오세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싶어요. 〈별난학예회〉처럼 폐교라는 공간 특성을 살린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거든요. 궁극적으로는 이곳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로 더 성장하길 바라요. 젊은 사람도 나이 드신 분도, 이 공간 안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이 한 분 한 분의 성장에 도움이 되길 바람니다.


Q. 마지막으로, '별난독서문화마을은 000이다'라고 정의해주세요.

'별난독서문화마을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책과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다.

별난독서문화마을은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예요. 별난독서문화체험장을 거점으로 뮤직오션컴퍼니의 음악 인프라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융합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문화예술은 특별한 누군가만의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도, 나이 드신 분도, 어린아이도, 캠핑하러 오는 가족도, 젊은 예술인도, 모두가 이 공간 안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5년간 여기 있으면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알아가다 보니, 제가 이 동네 주민이 된 깃 같아요. 앞으로도 '별난독서문화마을'에서 많은 분이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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