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파주 예술인의 눈물

2025-08-29

포럼 소속의 한 예술인 A로부터 몇 일 전 늦은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목소리에는 이미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파주문화재단에서 주최주관하는 공연에 파주예술단체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는데, 출연을 취소해야하나 고민이라십니다.

얼마전 식사 자리에서도 이번 공연에 속상한 일이 많다며, 그래도 일단 공연을 잘하고 나중에 이야기해야겠다고 말씀을 하신 뒤였습니다.


전화주신 A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개런티가 턱없었습니다. 이야기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고, 재단에서 책정했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입니다. 차라리 '재능기부(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용어입니다)'하라고 했다면 나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개런티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파주에서 파주시민을 위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라면 기꺼운 마음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파주 예술인이 그런 마음일 겁니다. 그러나 그 뒤에 예술인을 대하는 태도나 처우에 문제가 생기면 개런티까지 의식이 되죠. 그 정도 개런티 정도로만 대우하는 것인가? 그리고 궁금해집니다. 다른 팀의 개런티는 얼마일까?

포스터도 실망스러웠습니다. 뮤지컬 가수와 재즈밴드에 비해 우리 파주예술단체는 구석에 너무나 작고 옹색하게 다뤄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참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파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잔치에 재를 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가수에 맞추어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검은색 의상을 고르라는 것도 속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이해했습니다. 유명한 뮤지컬 가수이니 그를 돋보이고자하는 의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계약서를 2부 출력하여 사인을 해서 우편으로 보내라는 요청에는 온라인으로 하는 방법이나 당일에 하는 방법은 없냐고 이야기했지만 묵살당했습니다. 사전에 미팅을 하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담당자와는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바로 출력을 해서 사인을 하고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다른 팀한테도 이렇게 요구헀나? 궁금했습니다.

공연을 3일 앞두고는 감독님들이 필요하니 공연날 부르는 곡과 최대한 같은 느낌으로 녹음을 해서 보내라는 메일을 받습니다. 전화나 문자가 없어서 한참이 지난뒤에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거면 미리 요청하시거나 메일을 보내고 전화나 문자를 주시면 좋았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부르는 곡은 유명한 곡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는 곡이고, 유튜브만 찾아봐도 되는 곡이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녹음까지?

리허설 시간이나 대기실 등에 대한 이야기도 전달이 되지 않았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속상하고 힘든 적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단원들을 다독이고 끝까지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리플렛을 받아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공연을 3일 앞두고 리플렛 시안이 있으면 공유해달라고 담당자에게 요청하여 받았습니다. 그런데 리플렛 공연 프로그램에 우리 단체의 곡명은 없었습니다. 우리 단체의 사진은 있었고, 3곡이나 되기 때문에 단순실수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리플렛만 보면 우리 단체는 뮤지컬 가수의 코러스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을 감수하고 참아왔는데 더는 참기 힘들었습니다. 연주자로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이렇게까지 지역예술인을 무시하고 홀대해도 되는것인가? 과연 파주문화재단은 누구를 위한 재단인가?


이야기를 듣고 리플렛을 보았습니다. 진짜로 프로그램에 파주예술팀이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오랜 대화끝에 A는 다음날 아침에 파주문화재단에 전화를 해서 설명을 들어보기로 하시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날 들은 이야기는 담당자, 팀장, 대표님과 통화를 하였고,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여 최종적으로 공연을 보이콧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잘 마무리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마저 파주문화재단이 놓쳐버린 것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파주문화재단의 미흡한 일처리(혹은 지역예술인 홀대)로 지역예술단체가 파주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공연을 2일 앞두고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공연을 하고 연주자들을 만나왔지만, 이번 건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확실히 파주문화재단의 일처리가 미흡해보였습니다. 

그러나 A는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파주문화재단이 파주예술인을 얼마나 무시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반증이라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저 역시 이전부터 파주문화재단 직원들의 인식과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해왔습니다. 파주문화재단의 갑질이 심하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왔고, 파주문화재단의 직원 교육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항간에는 파주문화재단에 대해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파주예술인에 대한 홀대 또는 갑질로 표현되는 직원들의 태도를 비롯하여 , 부적절한 인사들의 이사 채용, 공연장 장비 사고, 입찰을 통한 업체 선정문제, 심지어 홈페이지의 부족한 정보와 수준 떨어지는 포스터 디자인까지... 많은 질책과 의구심,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파주문화재단으로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출범한 지 1년도 안되어 많은 것들이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출범하자마자 많은 사업을 추진해야 했습니다.

인원은 부족하고 예산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시민들이 기대는 크기만 합니다. 파주문화재단이 출범하면 파주의 문화예술이 일거에 바뀔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주문화재단 공연 보이콧 사태"를 통하여 파주문화재단은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을 살펴보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많은 문화재단들이 지역예술인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을 해오다 파국을 맞은 예가 적지 않습니다.

파주문화재단이 진정성있는 자세로 지역예술인을 귀하게 생각하고 파트너로서 함께 하고자 한다면, 파주예술인들은 기꺼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주문화재단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견지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결국 파주예술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지탄받는 기관으로 기관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이제 파주문화재단은 파주예술인에게 자괴감과 박탈감을 제공하여 눈물을 흘리게 할 것이 아니라,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웃음짓게 만드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ps. 파주예술인 A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되어 두문불출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부디 건강회복하시고, 파주에서 멋진 활동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파주문화예술포럼이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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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에서 언급한 파주예술단체는 '라레성악앙상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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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에 '라레성악앙상블'의 3곡은 빠져있습니다.